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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6일 결혼 후 8년 겨울의 따스한 날일기장 2021. 12. 7. 05:06
오전에 아내의 타박에 참지 못하고 거친말을 쏟아내었다. 그렇게 아무런 생각도 없이 오후 늦게 문득 그녀와 결혼한지 8년 되는 날이란 걸 깨달았다. 그때 마냥 행복한 날 살포시 눈이 내렸던 기억이 떠오른다. 친구와 만나기로 한 약속을 부랴부랴 취소하고 작지만 좋아 보였던 식당에 연락하여 저녁 식사 예약을 하였다. 아내의 일과가 끝나길 기다려 함께 식사 장소로 이동하는 동안 부끄러움과 미안함에 어색한 짧은 변명으로 사과했고 그녀는 이제는 대수롭지도 않다는 듯 넘겼지만, 무거운 후회는 쉽게 사라지지 않고 조용히 라디오 음악 소리만 자동차 안을 메웠다. 사랑스러웠던 아내와 식사를 하고 크게 다를게 없는 또다른 하루를 우린 보낼 것이다. 인생의 목적 그런 것보다 우리가 간과하는 아름다운 삶은 "그냥"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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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자전거 횡단 아라에서 보목까지일기장 2021. 3. 18. 01:21
3월 14일 저녁 8시 20분에 제주 공항에 도착해서 중고 자전거를 직거래로 구입하기 위해 제주중앙여고로 버스를 타고 이동하였다. 판매하시는 분에게 대략 자전거 상태에 대해서 친절한 설명을 듣고 적지 않은 금액을 지불하고 넘겨받았다. 늦은 시간이라 자전거를 맡기거나 숙소가 있는 보목동으로 옮길 방법이 없어 한참을 고민한 후 자전거를 타고 가보기로 결론을 내렸다. 저녁 식사로 간단히 샌드위치로 요기를 하고 갈증을 대비한 음료와 체력을 보충해줄 초콜릿 간식을 챙기고, 한라산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최단 경로로 방향을 잡아 아라동에서 출발하였다. 자전거를 타고 목적지까지 가는 감이 잡히지 않는 거리에 끝이 보이지 않는 오르막과 가로등도 없는 칠흑같이 어두운 심야의 도로 그리고 깊은 산 숲에서 들리는 짐승들의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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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03 목포에서일기장 2021. 3. 3. 01:56
3월 1일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목포의 유달산 아래 근대의 기록들이 남아있는 곳을 아내와 아들과 함께 여행하였다. 지금은 근대역사관으로 보존되어 있는 옛 동양척식주식회사 건물에서는 참을 수 없는 화가 올라 왔지만 그럴수록 차분히 그러나 잊어버리면 안 될 아픈 역사를 범근이에게 알기 쉽게 이야기 해주었다. 이런 문화유산을 잘 보존하기 위한 노력들에 박수를 보내며, 한편으로 의식을 가지고 방문하는 여행자와 반대로 단순히 유행을 쫓아 문화를 소비하는 여행자가 얼마나 될까 궁금하기도 하였다.